Woyzeck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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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결론부 요약만 보기
클라루스의 보고서에서는 보이첵의 인격이 그 자체만으로 관찰되고 판정되는 “고립된 개체”로 간주되었다. 반면 뷔히너는 드라마 속에서 보이첵을 그에게 영향을 주는 여러 가지 다양한 사회적 관련 속에서 보여준다. 뷔히너는 특히 클라루스가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던 뷔히너의 가난한 상황에 가장 큰 비중을 두었다. 클라루스의 보고서에서 보이첵은 자율적이고 자유로운 행동을 할 수 있는 개체로 파악되었으나 뷔히너의 드라마에 나오는 보이첵은 이와 반대로 자기 행동을 통제하지 못하는 책임능력이 없는 병자이며 부자유스러운 사회적 희생물로 나타난다. 클라루스에 대한 뷔히너의 항변은 단순히 “보이첵이 책임능력이 없다”는 식의 대립적 표현이 아니라 이 보고서의 문제제기 속에 나타나는 발상 자체가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는 점을 시사해준다. 뷔히너는 사회와 연결을 맺지 않는 자유롭고 자율적인 주체의 개념은 허구라는 점을 주장하면서 한 범죄인의 죄는 그 자체 고립된 개체로부터는 찾아질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뷔히너는 이 작품 속에서 죄 없이 죽어간 보이첵의 변호를 시도하면서 그를 범죄자로 만든 당시 사회환경의 모순에 대한 포괄적인 분석과 준엄한 비판을 보여준다. 이런 맥락에서 이 드라마는 보이첵이라는 한 개인의 비극을 넘어서 3월 혁명 이전시대 독일 전지역에서 가난과 억압과 착취에 시달리던 집단적 운명을 형상화했다고 볼 수도 있다.
<보이첵>에 나오는 전체적 인물구성의 특징은 “빈부 사이의 격차가 혁명의 유일한 요인”이라고 믿었던 뷔히너 자신의 정치관과 상응한다. 즉 한쪽에는 항상 타인을 위한 희생물로 전락하는 가난하고 교양 없는 민중계급에 속하는 보이첵, 마리, 안드레스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권력과 금력을 수단으로 이들을 희롱하고 억압하고 학대하고 착취하는 지배계급에 속하는 대위, 의사가 있으며 이 두 부류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사회적 간격이 항상 존재한다. 고수장은 예외적인 인물로서 실제로는 하층계급에 속하면서도 마치 상층계급에 속한 존재인 것처럼 행동하는 과시욕에 사로잡혀 있다. 대위는 군대계급상 하위에 속하는 보이첵을 봉건적 종속관계로 지배하고, 의사는 명목상으로는 자유롭게 체결되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일방적이고 착취적인 계약에 의거하여 보이첵을 실험용 동물 내지는 상품으로 간주하면서 그를 임금관계 속에 묶어둠으로써 그를 철저하게 지배한다. 대위와 의사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보이첵을 학대한다. 이들은 서로 적대적인 태도를 가지고 서로를 공격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들의 대립은 뷔히너가 활동하던 시대에 실제로 대립했던 사회적 양대 세력 - 즉 시대착오적 ancien regime을 동경하면서 기독교적 도덕에 집착하는 봉건주의자(대위)와 진보의 믿음 속에서 계약과 실험을 통해 자본주의적 경쟁에 몰두하는 근대적 시민계층(의사) 사이의 투쟁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드라마에는 봉건주의와 자본주의, 군인과 학자 사이의 경쟁을 포함한 총체적인 사회적 갈등이 서술되어 있다.
그러나 보이첵은 이러한 경쟁의 갈등 속에서 어떤 이득도 얻지 못한다. 사회전체의 권력관계로부터 유발된 갈등이 개인적 영역으로까지 침투해 들어오면서 가난한 사람들의 同類的 결합마저 깨뜨린다는 것이 바로 이 드라마에 나타난 비극성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뷔히너는 이러한 상호소외의 원인이 어떤 특정 인물이나 특정 계층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고 사회적 근본구조의 모순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모든 등장인물들이 보편적인 사회모순 속에서 고뇌하며, 이러한 긴장의 조건 속에서 서로 투쟁하고 경쟁하도록 강요를 당하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이러한 인간소외의 책임을 전담하지 못한다. 대위는 관능적 충동을 포기하라는 신학적 명제에서 출발한 도덕에 집착하고 의사는 경쟁 속에서 낙오되지 않으려는 강박감 속에서 비인간적 실험에 몰두한다. 이런 점에서 모두가 개인의 자유를 방해하는 사회구조 속에서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꼭두각시들이다. 보이첵은 이들과 달리 종교나 학문으로의 도피구도 찾을 수 없고 자신의 욕구와 생활환경 사이의 모순을 어떤 방법으로도 지양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광증의 희생물이 되어 뜻하지 않게 살인자로 전락하는 비극의 주인공이 되고 만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보이첵과 마리 사이의 개인적 갈등도 결국은 물질적 곤궁으로부터 생겨난다고 볼 수 있다. 보이첵이 처해 있는 가난한 상황은 그에게 자유롭고 자율적인 실존의 기반을 전혀 허락하지 않는다. 그는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끊임없이 일을 해야만 하는 의무감의 압박으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고, 아내와 아이를 만나자마자 점호를 받거나 다시 돈을 벌기 위해 이들과 헤어져야하고, 군대 상관을 위해서 나무를 자르거나 대위의 심부름을 하면서 면도를 해야하고, 3달 동안 완두콩만 먹고 의사의 실험에 인간 몰모트 역할을 함으로써 하루 종일 자신의 온몸을 송두리째 파는 셈이다. 보이첵은 억압과 착취와 과로의 연속 속에서 완전히 탈진상태에 빠지고 만다. 보이첵은 그가 속한 군대 사회의 강제적인 요구와 정신적 강박감에 시달리면서 결국 사생활의 영역 속에서도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독자적인 고유한 역할을 실행할 수가 없다. 따라서 그는 경제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마리의 욕망을 충족시킬 수가 없었고 결국 마리는 불가피하게 그리고 동시에 자연스럽게 건장하고 귀고리 선물까지 줄 수 있는 고수장의 유혹에 넘어간다. 이런 이유 때문에 보이첵은 처음에 마리의 부정을 눈치채고서도 그녀에게 공격적인 殺意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나 그 이후 더욱 첨예화되는 사회적 고립과 소외로부터 비롯된 환각이 심화되면서 그의 살의가 눈덩이처럼 점점 커져간다. 보이첵이 끝까지 유일하게 믿었던 그녀까지 그에게 등을 돌렸다는 사실 자체가 그를 완전히 처참하고 절망적인 고립감 속에 빠지게 만들었고, 이에 따라 그의 정신상태가 더욱 더 강박적으로 변화하면서 살의가 서서히 굳어졌다고 여겨진다. 이후 대위가 마리의 부정을 빗대어서 보이첵을 조롱하고 구박하며 고수장이 완력으로 그를 쓰러뜨리는 등, 연이은 정신적인 억압과 육체적인 수난과정의 악순환 속에서 마침내 살의가 폭발하게 된다고 볼 수 있다.
보이첵의 혼란스러운 정신상태는 마리의 부정으로부터 느끼는 개인적 배신감과 이 사건으로부터 비롯된 그보다 사회적으로 육체적으로 우월한 인물들로부터 받는 수모와 피해 때문에 더욱 더 발광상태로 격앙되면서 악화된다. 그의 환각 속에 나타나는 살해욕망은 단순히 마리라는 한 여인에 대한 질투심만이 아니라 자신을 억압하고 학대하는 사회 전체에 대한 보복과 복수, 그리고 타락한 세계 전체에 대한 절망적인 탄핵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안타깝게도 보이첵이 자신에게 여러 형태로 폭력을 행사해 온 당사자들에게 보복을 하지 못하고 환각 속에 나타나는 무의식의 명령에 따라 육체적으로 사회적으로 가장 연약하고 불쌍한 마리에게 칼날을 돌릴 수밖에 없는 자학적이며 자폭적 행동을 저지르는 상황이 바로 이 작품에 나타난 가장 큰 비극성이다. 착취와 억압, 약육강식의 논리를 존립의 근거로 삼고 있는 “살인적인 사회체제” 속에서 일어나는 폭력의 연쇄반응은 항상 이렇게 엉뚱한 희생자를 제물로 남긴다. 마리 역시 충동적으로 不貞을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처한 가난하고 외로운 입장에서 그렇게 할 수밖에 다른 방도가 없는 극한상황 속에서 파멸하는 비극적 희생물이다. 마리와 아이를 먹여 살리기 위해서 그야말로 “죽도록” 일을 하는 보이첵이 파괴적이고 폭력적인 사회환경 속에서 자기 인생의 유일한 支柱였던 마리를 착란 상태에서 살해하는 행위는 사실상 자살행위와 다름없다. 두 남녀의 비극적 인생은 <당통의 죽음> 1막 2장에서 한 가난한 시민이 던지는 말을 연상시킨다:
“우리 인생은 죽도록 일하는거야.”
( Unser Leben ist Mord durch Arbe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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